[경험] 두 번의 창업 이야기

2019. 11. 8. 01:56Life

나는 먼데이치킨이라는 이름으로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먼데이치킨은 모두가 힘들어하는 월요일과 모두가 좋아하는 치킨을 조합하여 힘든 월요일을 치킨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자. 라는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번듯한 사무실에서 매주 월요일 치킨을 먹으며 회의하자였다. 19살의 상상력으로 지었던 회사 이름과 목표였는데 항상 회사를 소개할 때면 다들 당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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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에피소드로는 과거에 정부 지원사업 후속 설문조사를 전화로 한 적이 있는데 상담원 분께서 "나중에 치킨이 나오면 시켜먹어 볼게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저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창업의 시작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일상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개발자가 꿈이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간단한 서비스를 만들었고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시작은 2015년이다. 당시 고3이 되던 해 남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에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내가 기획하고 만든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고 그 상상을 실현시켜보고자 창업에 도전했다. 아이템은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경기 매칭을 도와주는 서비스 '박빙'이었다. 나는 팀원을 모았고 서버 개발자인 친구 1명과 안드로이드 개발자 형 1명이 합류했다. 급여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미래의 성공을 바라보며 모두 한 마음으로 기획하고 개발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약 3개월쯤 되었을 때 영천시에서 청년창업지원을 해준다는 공고를 보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지원하였고 선발이 되어 약 1년간 7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여러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창업 교육은 도움이 되었지만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하는 여러 가지 문서들로 인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고 제품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분명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원했던 창업 지원이었는데 오히려 이 것들이 내 발목을 잡은 것 같았다. 그리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는 문제 상황들이 발생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획도 꼬이기 시작했다. 약 1년 넘게 이 서비스에 매달려왔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팀원들과 의논 끝에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처음으로 시도했던 프로젝트인지라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 매우 힘들었는데 끝맺음이 없다면 새로운 출발도 없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이 첫 번째 창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었고 여러 가지 제안도 받았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만약 그때 그 제안들을 수락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 생각해본다.

"박빙" 스크린샷
"박빙"의 목표

 

[먼데이치킨] 박빙 사업계획서

Monday Chicken 박빙 사업계획서

www.slideshare.net

새로운 도전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난 후라 신중하게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들린 성수동의 매력에 푹 빠졌었던 당시 내가 있는 위치를 기록해두고 다음에 또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 위치기반 SNS '푸팅'을 떠올렸다. 간단하게 내가 있는 위치를 기록하고 사진, 코멘트 등을 남겨서 지도를 하나의 방명록처럼 이용하고 싶었고 나는 이 아이디어를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모두 아이디어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였고 우리는 바로 기획 해커톤을 시작했다. 24시간 동안 우리는 열띤 토의를 하며 빠른 시간 내에 기획을 정리했고 단계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라서 그런지 우리는 조금 더 신중했고 최대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리 팀원들 모두 본업이 있었지만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시간을 내어 개발에 열중했고 최초 버전의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제품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기획을 재 정비하고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아이디어를 공유한 지 약 1년가량 지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비스를 스토어에 등록했다. 물론 완벽한 기능을 갖춘 상태는 아니었고 최소한의 기능(MVP) 상태의 서비스를 내놓았다.

애플 앱스토어 캡쳐 (검색 : 푸팅)

노트 속의 서비스들

앞서 두 번의 경험에 대해 적어봤지만 사실 이 외에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까지 돌입한 것은 위 두 서비스뿐이었다. 나는 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 앱에 기록을 해둔 뒤 기획을 조금 더 구체화하여 팀원들과 공유하곤 했다. 그러다가 사업성이 보이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사업 계획서 작성도 했었는데 이 단계까지 왔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서비스를 공유해보아야겠다.

첫 번째로 여행 쉐어링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공유하고 직접 호스트가 되어 가이드를 하고 수익을 버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푸팅에 밀려났다.

두 번째는 버스킹을 하는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버스커즈이다. 홍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보던 중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해주는 SNS를 만들고 팬들이 앱을 통해 쉽게 후원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하며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계별 개발 계획까지 모두 수립하였으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포기하였다.

세 번째는 수익형 단축 URL 서비스이다. 구글이 단축 URL 서비스인 goo.gl 운영을 중단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난 뒤 이 시장에서 구글이 빠지고 난 공간을 내가 메꾸면 어떨까 생각했고 단순히 단축 URL은 수익성이 없기에 기능을 조금 더하여 단축 URL로 페이지를 이동하기 전 해당 페이지와 관련성이 있는 광고를 띄워주고 URL을 만든 사용자와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서비스이다. 추가로 페이지 이동 전 해당 페이지의 악성 여부도 판단하고자 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름 괜찮았던 서비스였지만, 군 입대로 인해 포기했다.

다른 아이디어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기획 단계에 그치고 말았다.

끝으로

가끔 지인들에게 창업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히 창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 뛰어난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만든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창업에 도전했었다. 어리고 겁이 없었기에 남들보다 더욱 쉽게 창업에 도전했다. 이 경험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교훈이 될 좋은 경험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다시 창업에 도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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